[2026 CES] Rolling Square(롤링스퀘어) – 일상을 편리하게 하는 스위스발 기획력

2026. 1. 13.

CES 2026

Hyunyoung Kim

Founder of Sphere D, a design and strategy studio analyzing global tech trends and product positioning.

이 글은 Sphere D의 CES 2026 인사이트 시리즈의 일부로, 많은 보도에서 자주 놓치는 구조, 포지셔닝, 그리고 제품이 실제 시장에서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이유를 분석합니다.

CES 2026에서 Rolling Square 부스는 유난히 오래 머물게 되는 공간이었습니다. 대형 디스플레이도, 거창한 비전 영상도 없었지만 “아, 이거 불편했는데”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제품들이 줄지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Rolling Square는 오래전부터 ‘일상 속 사소한 불편’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회사로 알려져 왔고, 이번 CES에서도 그 태도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그 불편을 해결하는 방식이 한 단계 더 나아가 있었습니다.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제품은 AirCard Pro DualAirNotch Pro Dual이라는 블루투스 트래커였습니다. 이 제품들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잘 만든 분실 방지 기기여서가 아니라, 애플의 ‘나의 찾기(Find My)’와 구글의 ‘파인드 디바이스 네트워크’를 동시에 지원하는 최초의 트래커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사용자는 아이폰을 쓰면 에어태그를, 안드로이드를 쓰면 타일이나 다른 제품을 따로 구매해야 했습니다. 스마트폰을 바꾸는 순간, 트래커도 함께 바꿔야 하는 구조였죠. Rolling Square는 이 전제를 문제 삼았습니다. 플랫폼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을 기준으로 설계한 결과, 하나의 기기로 iOS와 안드로이드 모두를 아우르는 선택지가 나왔습니다.



디자인 역시 이 방향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AirCard Pro Dual은 신용카드 크기의 초슬림 형태로 지갑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가고, AirNotch Pro Dual은 러기드한 키홀더 타입으로 거친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AirCard는 무선 충전을 지원해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2개월 사용이 가능하고, AirNotch는 코인셀 배터리로 약 20개월 작동합니다. 두 제품 모두 큰 음량의 스피커를 내장해 소리로 위치를 찾을 수 있고, 표면에 인쇄된 QR 코드를 통해 습득자가 주인의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는 반환 기능도 갖추었습니다. 가격은 개당 40달러. CES 현장에서는 “디자인과 실용성의 균형이 가장 잘 맞는 트래커”라는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흥미로운 대비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Rolling Square는 이번 CES에서 새로운 자매 브랜드 Await를 함께 공개했습니다. Await의 첫 제품은 요즘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디지털 필카’ 감성을 그대로 담은 카메라입니다. 한 번에 24장만 촬영 가능하고, 촬영 직후 결과를 확인할 수 없으며, 나중에 스마트폰으로 전송해서 사진을 보는 방식입니다. 의도적으로 불편하게 만든 구조죠. 사진은 완벽하게 보정되지 않은 로우파이(lo-fi) 스타일로 출력되고, 파스텔 톤 컬러의 외형은 카메라라기보다 패션 아이템에 가깝습니다. 빠르게 찍고 소비하는 디지털 사진 문화에 반해, ‘기다림’과 ‘선별’을 경험으로 설계한 제품입니다. Await 카메라는 아직 시제품 단계지만, 70~100달러 선에서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Rolling Square의 이런 선택은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이 아닙니다. 이 회사는 2018년부터 킥스타터를 중심으로 inCharge 6-in-1 충전 케이블, TAU 마그네틱 거치대, 초소형 무선 보조배터리 등 수많은 히트 제품을 만들어 왔습니다. “Lifehackers’ Company”라는 슬로건처럼, 대기업이 굳이 건드리지 않는 틈새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빠르게 구현하는 능력이 강점입니다. 이번 CES에서도 노트북 옆에 부착해 스마트폰을 거치하고 무선 충전까지 가능한 모듈 시스템, 반지 형태의 블루투스 리모컨 등 작지만 명확한 쓰임을 가진 제품들이 함께 전시되었습니다. 특히 듀얼 네트워크 트래커는 애플과 구글 양측의 공식 인증을 동시에 받은 최초 사례로, WIRED와 AppleInsider 등 주요 매체로부터 “모든 사용자에게 이득이 되는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앞으로의 과제도 분명합니다. 액세서리 시장은 진입 장벽이 낮고, 대기업의 유사 제품 출시도 점점 잦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Rolling Square는 여전히 플랫폼이나 기술 트렌드보다 ‘사용자의 맥락’을 먼저 보는 회사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빠른 피드백 수렴, Await처럼 세대별 감성을 겨냥한 실험, 그리고 크로스 플랫폼과 개인정보 보호를 고려한 설계까지. 이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크지 않지만, 선택의 기준은 일관됩니다.

어쩌면 Rolling Square의 진짜 경쟁력은 “새로운 걸 만들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남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인 불편을 끝까지 그냥 두지 않는 태도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CES 2026에서 이 브랜드가 보여준 것은 거대한 미래상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조금 덜 번거롭게 만드는 아주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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